나의 이야기

정리는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이다.

공간은 습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층고가 높을수록 아이디어가 잘 떠오른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에는 카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데, 공간을 바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날이 갈수록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물론이고 교육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집과 학교, 직장처럼 정해진 공간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새로운 환경을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자신에게 잘 맞는 공간, 가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공간을 하나쯤 알아두면 좋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에는 습관은 공간과 매칭된다는 말이 나온다. 잠은 침실에서만 자고, 일은 사무실에서만 하고, 강의는 정해진 자리에서만 듣고, 책은 좋아하는 카페에서만 읽는 식이다.

사람의 뇌는 공간과 습관을 연결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특정 장소에 가는 것만으로도 기억이 소환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밥 먹고, 잠자고, 일하고, 쉬는 생활을 반복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같은 공간에서는 습관의 모드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처럼 디바이스 환경이 너무 좋은 것이 공간을 분리하는 데 독이 되기도 한다.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고 음악 듣고 뉴스 보고 게임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작업들이 공간으로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성격이 다른 일을 섞어 하면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집중력이 흩어진다. 기어를 바꿀 때 속도가 잠시 떨어지듯, 뇌도 새로운 작업으로 넘어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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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돈도 매우 중요하다. 정리는 단순히 겉보기에 좋은 것이 아니다. 몸을 움직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을 맑게 하며, 어떤 일을 시작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교회나 성당, 절에 들어가기 전에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과 비슷하다. 하나의 리추얼이다.

시작은 아침에 일어나 이부자리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비롯한 여러 책을 통해 익히 알려진 습관이다. 이부자리 정리는 사소해 보이지만,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으로 완수하는 과제다. 작은 성공으로 하루의 첫 단추를 끼우는 셈이다. 시작부터 과제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을 주고 이것이 하루 종일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같은 이유로 매일 밤 잠들기 전에도 자신만의 의식을 만드는 게 좋다. 서재를 정리하거나 내일 챙겨야 할 물건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책상은 늘 깨끗하게 유지하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내일을 위해 반드시 정돈한 후 자리를 떠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정돈된 환경은 보기 좋은 것을 넘어 바르고 안정된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작업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늘 단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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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늘 정해진 자리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리지 않고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사람은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물건을 찾는데 쓴다. 늘 허둥지둥하며 뒤적거리거나 깜빡 잊는 일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때로 큰 실수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값이 있는 물건은 중고로 팔거나 기부하는 게 좋다. 1년에 한 번도 안 쓰는 물건을 ‘언젠가는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보관해 봐야 공간만 차지할 뿐이다. 정작 필요한 물건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물건도 사람과 비슷하다. 함께했던 시간을 고맙게 기억한 뒤 보낼 줄 알아야 새로운 공간도 생긴다. 필요한 것만 지니고 사는 게 간소한 삶과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좋다.

정리할 때는 같은 성격의 물건을 한곳에 모으는 게 좋다. 여기서 같은 성격이란 용도를 말한다. 출근할 때 필요한 휴대폰, 지갑, 시계, 차 키, 마스크는 한곳에, 책 읽을 때 필요한 책과 수첩, 필기도구는 한곳에, 운동할 때 필요한 옷과 신발, 용품은 한곳에, 기타를 연주할 때 필요한 기타와 보면대, 카포, 피크, 이어폰도 한곳에 모으는 식이다. 이렇게 해야 준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토막 시간도 알차게 쓸 수 있다.

반대로 용도와 상관없이 빈 공간이 있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넣어 두면 금세 뒤섞여 찾기 어려워진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찾고 준비하는 일이 귀찮아서 그 시간을 쓰지 않게 된다. 정리를 안 해서인데, 시간이 없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공간 정리는 시간 절약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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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노출과 숨김도 고려해 볼 만하다. 꼭 지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노출해서 습관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을 읽겠다면, 책꽂이에 꽂아두는 게 아니라 책상 위에 펼쳐두는 것이다. 어제 읽은 부분이 바로 보이도록 책갈피를 꽂은 채 열어두면 더 좋다. 텍스트가 눈에 들어오면 호기심이 생기고, 오며 가며 한두 쪽이라도 읽게 된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실험해 보면 차이가 금방 드러난다. 아빠도 너를 상대로 여러 번 해봤는데 효과가 분명했다.

또한 책은 눈에 보이는 여러 곳에 분산해둔다. 가방에도 넣고, 서재에도 두고, 침실에도 두고, 사무실에도 눈에 띄는 곳에 놓는다. 자꾸 눈에 보여야 손도 간다.

그 외에도 방법은 많다. 영양제를 먹겠다면 매일 아침 정수기 옆에 둔다. 아침에 햇빛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겠다면 해가 들어오는 곳에 스트레칭 밴드를 걸어 둔다. 안경이나 시계, 휴대폰처럼 유리나 액정이 있는 곳에 소독제를 두고, 신발장에 물티슈를 두면 늘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환경이 행동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버리고 싶은 나쁜 습관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보지 않겠다면 처음부터 가방 깊숙한 곳에 넣고 무음으로 설정한다. 모바일 결제하지 말고 작은 카드지갑을 들고 다니며 꺼낼 필요가 없게 만든다. 시계를 차고 다니며 시간을 볼 필요가 없게 하고, 자주 타는 지하철 환승 시간표는 암기하면 된다.

집에서도 휴대폰을 거실이나 침실에 두지 말고 작은방 콘센트처럼 손이 안 가는 곳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불필요한 앱은 과감히 삭제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은 데스크톱에서만 하도록 환경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멀리할 수 있다.

이처럼 정리 정돈은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버리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물건을 잘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정리를 안 해도 기억력이 좋아.’라는 말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공간을 정리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것은 인생 전체를 관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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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정리 정돈하는 습관도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다. 성인이 되면 고치기 어렵다.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은 학업 성취도나 업무 생산성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정리만 잘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정돈된 환경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시작은 너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조언을 들어도 스스로 필요성을 못 느끼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오늘 하루 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아라. 무엇이 너에게 도움이 되고, 무엇이 너를 방해하고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도 비교해 보아라. 잘되는 사람들의 공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눈여겨보면 좋겠다.

다시 말하지만, 습관은 의지만으로 바꾸기 어렵다. 뇌의 물리적 실체를 바꿔야 한다. 뇌를 바꾸려면 오랜 시간 반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얼마나 독하게 결심했는지가 아니라, 초반에 몇 번 흐트러지더라도 다시 이어가는 힘이 중요하다. 그래서 의지보다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습관을 바꾸기 어렵다. 며칠 실천하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자책한다. 계획을 다시 세우고, 더 완벽한 계획을 만드는 데 시간을 쏟는다. 더 좋은 때가 오면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다음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결국 평생 계획만 세우고 좌절하는 일을 반복하다가 종국에는 시작할 엄두조차 못 내게 된다.

거창한 결심보다 오늘 하루 사소한 환경 하나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작했다면 아무리 늦더라도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 뛰어서 못 가면 걸어가고, 걸어서 못 가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핵심은 작은 행동이라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물은 바위를 한 번에 뚫지 않는다. 작은 물방울이 같은 자리를 계속 두드릴 때 마침내 길을 만든다. 습관도 그렇다.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애쓰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인다. 그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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