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거법으로 찾는 진짜 중요한 가치

습관을 말할 때 디지털 습관을 하나의 주제로 해야 할 만큼 IT 기기가 삶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휴대폰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제2의 뇌라고 할 만하다. 폰을 분실하면 마치 뇌사상태에 빠진 것처럼 멘붕이 온다. 듀얼 브레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뇌를 넘어 손과 발의 역할까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제 AI는 사람을 돕는 도구를 넘어 사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듀얼 브레인을 넘어 듀얼 바디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가 온다.
이처럼 IT 기기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습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 기계는 필요한 것일 뿐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은 자연과 사람이지, 기계가 아니다. 기계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지, 사람이 기계를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몸과 마음은 원시시대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자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사람에게 행복을 느낀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진화의 시간으로 보면 수백 년의 기술 발전은 눈 깜짝할 만큼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늘 돌아봐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려는 욕심이나 남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24시간 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이다. 기술은 삶의 편의를 위해 적절히 활용하되, 적당한 거리를 두며 공존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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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IT 기기를 멀리하기 위해 아빠가 실천하는 습관을 소개해 보겠다. 아빠는 1982년생이다. 잠깐의 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한 뒤 빠르게 디지털 시대로 넘어온 세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교육 현장에 침투하기 전에 학교를 떠났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IT 기기를 쓰지만, 휴대폰은 어디까지나 업무용으로만 쓴다는 원칙을 세웠다. 책을 보거나 신문을 읽거나 놀이를 위해서는 쓰지 않는다. 인터넷 기사나 유튜브 영상도 가능하면 데스크톱으로 본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는 꼭 종이책을 읽는다. 전자책은 보지 않는다. 몇 년 동안 팟캐스트와 오디오북도 들었지만, 휴대폰을 계속 들여다보게 되어 그만두었다. 점심 먹으러 갈 때도 휴대폰은 회사에 두고 종이신문만 들고나간다.
이렇게 하면 밥 먹을 때는 물론이고 식후 산책할 때도 알림이나 메시지에 방해받지 않는다. 자연과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휴대폰은 가방 깊숙이 넣어 둔다. 헬스장에 가거나 운동할 때도 집에 두고 나간다. SNS는 끊은 지 오래됐다.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녁에 집에 와서도 가능하면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TV로 본다. 밤에 잠들기 전에는 절대 휴대폰을 열어보지 않는다. 알람은 시계에 맞추고 휴대폰은 서재에 두고 잔다.
이 정도만 실천해도 하루에 몇 시간은 디지털 디톡스를 할 수 있다. 일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쓰더라도,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중요한 전화를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상 정말 중요한 연락은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남기기 마련이다. 조금 늦게 회신했다고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의미 없이 휴대폰만 붙잡고 있다가 하루를 허비한 적이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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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일을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선 디바이스를 최소화한다. 업무에 꼭 필요한 데스크톱과 휴대폰 하나씩만 사용한다. 노트북과 태블릿도 쓰지 않는다. 요즘은 데스크톱도 여러 대, 휴대폰도 여러 대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창고를 여러 개 만들어 물건을 뒤죽박죽 섞어 놓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클라우드와 동기화가 잘 돼도 기기를 간소화하는 것이 훨씬 낫다.
데스크톱이든 휴대폰이든 바탕화면의 폴더와 앱은 최소한으로 유지한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지운다. 언젠가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남겨 두면 용량만 차지하고 속도만 느려진다. 필요할 때 다운받아 설치하면 된다.
알림도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끄거나 무음으로 설정한다. 중요하지 않은 단체 대화방도 정리한다. 특히 직접 아는 사람도 없는 수백 명 규모의 단체 대화방이나 오픈 채팅방에서 하루 종일 쏟아지는 대화는 일상을 엄청나게 방해한다. 남의 대화를 하루 종일 엿듣는 것과 비슷하다. 나와 상관없는 정보라면 시간을 쓸 이유가 없다. 우리 로펌 변호사들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도 내가 만들었지만, 불필요한 소모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공지를 띄워놓는다.
폴더와 파일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것은 저장하지 않는다. 3년에 한 번씩은 전체를 점검하며 필요 없는 자료를 삭제한다. 폴더명과 파일명에 자세히 이름을 붙여야 나중에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며 확인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업무 특성상 소송 자료와 증거 자료가 모두 PDF로 쌓이다 보니 1년만 지나도 엄청난 양이 된다. 진행 중인 사건은 보기 좋게 폴더를 분류하되, 하위 폴더를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않는다.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건이 끝나면 하나의 최종 파일로 정리하거나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중복된 자료는 과감하게 삭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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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파일 정리도 오프라인 물건 정리와 비슷하다. 기기를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것은 삭제하며, 성격이 같은 것끼리 찾기 쉽도록 묶어 두는 것이다. 그래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간소한 삶을 만들 수 있다. 훌륭한 조각상이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 내듯, 삶도 불필요한 것을 소거할수록 진짜 중요한 것이 드러난다. 정리에도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다.
IT 기기를 멀리하면 눈이 덜 피로하고 머리가 맑아진다. 알림에 방해받지 않으니 어떤 일을 해도 집중력이 높아진다. 몰입한 뒤에는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는 만족감도 남는다. 언제부턴가 무언가에 깊이 몰입한 뒤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참 좋다. 반대로 의미 없이 휴대폰만 오래 붙잡고 시간을 보낸 후 찾아오는 피로감과 허무함은 견디기 싫어졌다. 이렇게 좋고 싫은 감정을 꼭 기억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인생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잊지 않으려 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세대는 우리와는 또 다를 것이다. IT 기기는 지금보다 더 중요해지고, 더 편리해지고, 더 강력해질 것이다. 하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여행을 갈 때도 와이파이부터 찾기보다 자연과 사람을 먼저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온라인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오프라인 경험은 더욱 값어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라. 아빠는 네가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보다 자연과 사람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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