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풍요롭게, 인생은 지혜롭게] 손이 떨리던 K교수님의 마지막 강의
로스쿨 시절, K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큰 성공을 거둬도 몸이 아파 버리면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저를 보면 알지 않습니까.”
오랜 판사 생활을 마친 뒤 학교로 오신 교수님은 정신은 또렷했지만 몸은 이미 병과 싸우고 있었다. 손이 심하게 떨렸고 거동도 불편했다. 가끔 교수님과 함께 식당에 가도 자리에 앉거나 일어설 때 학생들의 부축이 필요했다. 스스로도 생의 후반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듯했다. 그랬던 K교수님은 안타깝게도 작년에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의 강의는 법학보다 인생을 더 많이 가르쳐 주었다.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남다른 재주와 능력을 가졌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건강은 공기와도 같다. 평소에는 존재를 잊고 살지만, 잃는 순간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어릴 때부터 몸을 돌보는 습관을 들이면 그 습관은 평생 든든한 자산이 된다. 10~20대에는 몸을 아무리 혹사해도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건강에는 좀처럼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모일 때마다 건강 이야기를 하면, 대화 소재가 고갈된 이들의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몇십 년 뒤의 내 모습은 전혀 상상되지 않는다. 건강에 대한 걱정은 마치 우주 침공이나 화성 이주와 동급으로 여겨질 만큼,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시작되면 몸은 누구에게나 같은 신호를 보낸다. 체력이 떨어지고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마흔만 넘어도 과격한 운동을 하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축구를 하다가 공을 쫓을 때도 뇌는 분명히 왼쪽으로 빨리 뛰라고 명령하는데, 나의 두 발이 뇌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병치레도 늘어난다.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소식도 주변에서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건강은 미리 지켜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늦다. 젊을 때부터 좋은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담배를 끊고 건강을 챙기라고 말하면 늘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다. “벽에 똥칠하면서까지 오래 살 생각 없어.” 이들이 인생의 엄청난 지혜를 갖고 있거나, 죽음에 초연하거나, 확고한 삶의 철학을 가진 것이 아니다.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삶의 유일한 낙을 놓지 못하는 마음, 끊을 자신이 없기에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에 가깝다.

건강 관리는 단순히 오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누구도 고통스러운 말년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병으로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은 사람도 없다.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관리하는 일이다. 자신을 지키는 일은 곧 가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수신(修身) 몸과 일상을 바르게 다스리는 일. 이 책의 첫 주제를 수신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과 일상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을 배우며 깨달음을 얻기도 어렵고, 인생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찾기도 어렵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 품위 있는 삶 역시 건강한 몸과 일상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서 모든 것은 수신에서 시작된다. 몸과 일상을 바르게 세우는 일이 삶의 첫걸음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수천 년 동안 전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옛사람들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일을 가장 앞에 두었다. 그만큼 건강한 몸과 바른 생활은 모든 배움과 성취의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돈 버는 법을 이야기하거나 성공하는 기술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 바로 지혜롭게 사는 법을 말한다. 살면서 아빠가 먼저 깨달은 것을 하나씩 전하고 싶었다. 건강, 배움, 자존, 소명, 관계, 품위까지. 모든 이야기는 서로 다른 주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시작은 바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세우는 일이다.
아들아. 사람은 하루아침에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습관 하나를 바로 세우고, 마음 하나를 다스리며, 삶의 태도를 조금씩 다듬어 갈 때 비로소 인생도 함께 단단해진다. 이 책이 그 첫걸음을 함께하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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