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메타인지,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

앞에서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며 메모의 중요성을 말했다. 이번 장에서는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글쓰기라 하면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부담이 생기기 마련인데, 사실 글쓰기의 출발은 메모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생각을 여백에 남기는 것부터 글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습관이 계속되면 글쓰기로 이어진다.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절대 아니다.
물론 쓰는 것은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를 요구한다. 창작의 고통이라고 할까. 집중해서 읽는 것도 에너지 소모가 있지만, 쓰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읽는 사람은 많아도 쓰는 사람은 드문 것이다.
특히 전업 작가들은 책을 쓰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통해 글 쓰는 힘을 얻는데, 달리기의 달인이 되어 소설 못지않게 달리기로도 유명해졌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는 연이은 대하소설을 집필하고 모든 혼을 쏟아부으며, ‘자신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정도가 되어야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는 무려 25년 동안 집필하며 인생의 후반부를 글쓰기에 모두 바쳤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문학적 글쓰기를 하거나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글의 결과물보다 글을 쓰는 행위가 삶의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것을 말한다. 글쓰기는 책 읽기 못지않게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네가 갓 태어난 아기였을 때도 말을 못했을 뿐, 엄마 아빠에게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밤새 지칠 때까지 울었다. 배가 고프고 잠이 오는 본능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원초적인 차원에서 갓난아기의 울음도 표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생물학적인 본능이 해결되고 당장 원하는 것이 없어도 표현은 필요하다. 누가 보거나 듣지 않아도 마음속에 차오르는 것을 제때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마음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기만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글쓰기의 여러 장점 가운데 아빠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와 상황을 불문하고 자기표현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특히 문자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말로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글쓰기는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깊은 내면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말도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와 불신이 쌓이며 갈등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너라면 나를 완벽하게 이해해 주길 바랐는데 실망했다.’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애초에 도달할 수 없는 상태를 기대했던 것이다.
인간은 고치 안에 든 신이라고 할 만큼 누구나 자신만의 소우주를 품고 있다. 때문에 각자의 고유성과 주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인류 문명도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다. 완벽한 이해와 완벽한 소통, 완벽한 통합은 휴머노이드 세상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인간 세상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완벽한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런 노력까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완전한 상태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표현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갓난아기의 울음도 표현의 하나다. 말로 표현할 수 있고, 사진과 영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으며, 표정과 몸짓, 행동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음악과 미술로, 춤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사업가는 사업으로, 운동선수는 운동으로, 예술가는 예술로 자신을 표현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글쓰기만의 표현 방식은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다. 글은 쉽게 내뱉는 말보다 숨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한 뒤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훨씬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생각을 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머리가 정리되고 마음도 다스릴 수 있다. 쓰는 과정에서 사물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어디서부터 모르는지도 글로 표현해 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메타인지가 발달하는 것이다. 인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뇌가 발달했고 진화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유하며 사고의 범위는 문자의 조합을 넘어서기 어렵다.
글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아주 간단한 생각이라도 메모장에 글로 쓰면 신기하게도 연관된 생각이 자유롭게 떠오른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흐름을 알 수 있다. 막연히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쓰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내 생각을 확인하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단 말이야?’라며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이 책을 쓰면서도 다시 한번 느꼈다. 처음에 책에 담으려고 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목차와 내용을 쓰고 있다.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던 것을 글을 통해 꺼내는 것이다. 쓰는 과정에서 복잡한 마음도 다잡을 수 있어 내면이 정리된다. 요즘 20대 사이에서 필사가 유행이라고 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글은 사고를 풍부하고 논리적으로 만들어 준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사람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다. 글을 통한 소통은 어느 직업이든, 어떤 위치에 있든 사회생활의 핵심 역량이며 일상생활에도 꼭 필요한 기술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쓰는 것은 읽는 것과는 별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이 쓰면 반드시 잘 쓰게 된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양이 질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앞에서 이야기한 전업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시나 소설 같은 문학의 영역은 타고난 재능이 분명 영향을 미친다. 그저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유명 작가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글쓰기는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아빠도 어릴 때부터 일기나 손 편지를 많이 썼다. 아빠와 같은 80년대 생은 잠시 아날로그 시대를 거쳐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편입된 세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억이 남아있을 만큼은 아날로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라 친구들 사이에는 편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남아 있었다.
학교에서는 매일 일기를 써서 검사를 받았으니 자기 전에는 책상 앞에서 뭐라도 써야 했다. 방학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끼리 편지나 카드를 주고받는 문화도 있었다. 심지어 군대에서는 가족에게 편지를 의무적으로 쓰게 하고 내용까지 검사하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강압적인 문화도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20대부터였던 것 같다. 혼자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며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전에는 항상 책상 앞에서 짧게라도 일기를 썼다. 매년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샀는데 달력 아래 메모장에는 그 시절 품었던 꿈과 생각, 감정들을 차곡차곡 남겨 두었다.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었던 젊은 시절, 매일 밤 써 내려간 글쓰기가 어쩌면 아빠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아 준 마음의 울타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변호사가 되어 법률 서면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게 되었고, 글쓰기에 관한 책까지 쓰고 있으니 왜 강조하는지 알겠지?
사랑하는 아들아. 책 읽기와 더불어 글 쓰는 습관은 꼭 들이길 바란다. 그것이 평생 동안 너를 지켜 주고, 어려움도 극복하게 해 줄 것이며, 네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너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멋진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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