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완성하는 5가지 습관
글쓰기가 다양한 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앞에서 말했듯 양이 질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나름의 규칙과 방법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쓰기 습관은 이렇다.

1. 마음을 먹었다면 기한을 정한다.
어떤 종류의 글쓰기를 하든 마음을 먹었다면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게 좋다. 막상 글을 써보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별로 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요즘에는 컴퓨터로 글을 쓰기 때문에 시간을 파먹는 유혹도 더 많다. 쓰다가 딴짓으로 집중이 한 번 끊기면 흐름을 되찾는 데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감 시한은 여유 있게 잡더라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다. 만일 끝내지 못했다면 시간을 늘리기보다 나중에 다시 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빠르게 생각하는 훈련이 되고, 집중력도 높아지며 글쓰기 실력도 는다. 마감이 있어야 문장이 살아난다.
나도 법률 서면이든 블로그 포스팅이든 시계를 두고 마감을 정한 뒤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이 시작되면 휴대폰은 멀리 두고 방해되는 요소는 최대한 차단한다. 연락도 급한 것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비서팀의 업무 연락도 긴급한 것이 아니면 나중에 회신한다.
책을 내기로 했어도 마찬가지다. 출판사에 초고를 언제까지 넘기겠다는 자체 마감을 먼저 정한다. 어느 출판사와 계약할지, 출판사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와 무관하다. 이 책도 지금은 초고를 쓰고 있을 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스스로 마감을 정하지 않으면 가벼운 글은 말할 것도 없고 책은 더욱 내기 어렵다. 빠듯한 일정이 생겨야 집중력이 높아지고 작업의 밀도도 높아진다.
오래 붙잡고 있는다고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다.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쓴 글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면 차라리 퇴고를 오래하는 편이 낫다. 초고는 초고일 뿐이다. 완벽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 쓰는 훈련을 하면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집중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된다.

2. 생각이 풀릴 때 몰아친다.
글도 잘 써질 때가 있고 안 써질 때가 있다. 어떤 주제를 오랫동안 생각했고 마침 그 주제에 집중하고 있었다면 글쓰기는 바로 그때 해야 한다. 생각이 풀릴 때 몰아쳐야 한다. 생각의 흐름에서 한 번 빠져나오면 다시 흐름을 붙잡기 위해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법률 서면을 쓰면서 이 점을 절실히 느꼈다. 서면을 쓰기에 가장 좋은 때는 바로 그 사건의 의뢰인과 상담한 직후 또는 재판이 끝난 직후다. 의뢰인과 상담하거나 법정에서 재판을 마치면 순간적으로 그 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극대화된다.
수십, 수백 건의 다른 사건을 동시에 맡고 있지만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하나의 사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완전한 몰입 상태가 된다. 아이디어와 주장, 논리,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법률 서면은 그 집중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직후에 80% 이상 써놓는다. ‘어차피 다음 재판 전까지만 쓰면 되지.’ 하고 미뤄두면 같은 작업을 하는 데 시간이 두 배 더 필요하다. 80%를 써 놓고 다음 재판까지는 나머지 20%를 틈틈이 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면 된다.
다른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건을 경험했거나, 책을 읽었거나, 머릿속에 상념이 떠오르는 계기가 있었다면 글도 바로 직후에 쓰는 것이 좋다. 가장 생생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남길 수 있고 시간도 절약된다.
생각과 집중은 절대 고르게 배분되지 않는다. 사람은 완전한 몰입 상태에 들어갔을 때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를 낸다는 사실은 여러 분야에서 입증되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을 따라가면서 생각이 풀릴 때 폭발적으로 몰아쳐야 한다.

3. 오전에 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아침형 인간도 있고 저녁형 인간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자기에게 맞는 삶이 있을 뿐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잘 써지는 사람이 있고 밤늦게 작업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체질이나 하루 일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가급적 아침에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는 엄청난 집중이 필요한 정신노동이다. 에너지 소모도 상당하다. 오랜 집중이 필요한 작업일수록 아침에 하는 것이 좋다고 앞에서 말했다.
잠을 자는 동안 몸에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뇌도 마찬가지다. 뇌는 그 시간에 전날 입력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고 다양한 정보를 통합한다. 무엇보다 깨끗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뇌도 맑게 청소한 상태가 된다. 글쓰기처럼 깊은 집중이 필요한 일은 뇌가 재정비된 아침에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나도 오랜 집중이 필요한 글쓰기는 무조건 오전에 끝낸다. 같은 일을 오후에 할 때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효율도 높다. 앞 장에서 말한 것처럼 오전의 프라임 타임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업무가 바로 글쓰기다.

4. 퇴고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한다.
앞에서 마감 시한을 정해서 끝내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혼자만 읽을 글이면 상관없겠지만,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글이라면 초고는 빨리 마치더라도 퇴고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해야 한다.
어떤 글을 쓰고 나면 스스로는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뇌는 여전히 그 내용을 머릿속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글로 남긴 내용이 떠오른다. 초고에서 보완할 내용이나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문장이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메모해 두고 초고에 덧붙여 나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글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빠른 초고와 충분한 퇴고 사이에 이런 작업을 틈틈이 하기 위해서라도 퇴고는 충분한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단순히 오탈자를 확인하고 문장을 다듬기 위해서만 퇴고가 필요한 게 아니다. 더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법률 서면을 쓸 때 재판이 끝난 직후 80%를 써놓고, 다음 재판까지는 머릿속에 넣어둔 채 다른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건을 하다가 그 사건이 떠오르기도 하고, 산책을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그때마다 조금씩 보충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마지막 20%를 마무리해서 재판 직전에 제출한다. 한 번에 100%를 쓰는 것과 비교하면 글의 완성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5. 정보성 글이 아닌 이상 AI 도움은 일부만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생성형 AI가 글쓰기 영역에 침투한 지도 오래됐다. 요즘 기자들이 쓰는 정보성 기사 대부분은 AI의 도움을 받는다. 단순히 자료를 찾는 수준이 아니라 글 자체를 AI가 직접 쓰는 경우가 많다. 프롬프트에 명령어만 입력하면 원하는 주제와 문체, 분량까지 대부분 구현해 낸다. 지금도 놀라울 정도지만 앞으로는 더 발전할 것이다. 아직은 사람이 마지막 검수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썼는지, AI가 썼는지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어쩌면 누가 썼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썼다고 반드시 더 좋은 글도 아니고, AI가 썼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좋은 글이면 좋은 것이고, 나쁜 글이면 나쁜 것이다. 책도 AI가 쓰는 시대가 되었다. 서점에 있는 책 가운데 AI의 도움을 받아 쓴 책도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필 작가가 맡았던 역할을 이제는 AI가 대신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글을 쓴다면, AI의 도움은 가급적 받지 않기를 권한다. 받더라도 일부만 받기를 권한다. 이유는 글쓰기의 목적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을 표현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사고력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 또한 다른 사람과 깊이 소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가장 큰 가치는 결과물보다 글을 써 가는 과정에 있다. AI가 그 과정을 대신해 버리면 글쓰기의 중요한 의미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글을 쓸 때 AI는 정보를 찾거나, 표현을 다듬거나,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자체를 대신 써 달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능력 좋은 대필 작가에게 원고를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도구는 빌릴 수 있지만, 생각까지 빌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직접 표현하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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