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이 된다.

어릴 때 할머니가 늘 말씀하셨다.

“먹는 걸 잘 먹어야 된데이”

대학 간다고 혼자 객지 생활하는 손자가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을까 걱정되어 하신 말씀이겠지만, 실제로도 먹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곧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재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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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사람들이 카트에 담는 음식과 그 사람의 체형 간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햄버거, 샌드위치,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부터 다양한 인스턴트식품을 마구 담는 사람은 그것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몸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채소, 과일, 견과류, 생선 등 건강한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만 담는 사람 역시 정반대의 의미에서 몸으로 교훈을 준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을 보면 부모와 체형이 매우 닮은 것을 알 수 있다. 체질의 영향도 있겠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식습관을 가진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균형 잡힌 식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뉴를 선택할 수 없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부모가 좋은 식재료를 쓰고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면 자녀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음식을 먹고 체질도 비슷하니, 오히려 닮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음식과 건강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정직하게 맞아떨어지는 분야다.


우리 몸에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필요하다. 저마다 맡은 역할도 다르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 그런데도 시중에는 저지방, 저탄수화물, 저열량, 고단백이 마치 건강의 표본인 것처럼 떠돈다. 우리가 처한 먹거리 환경 때문이다. 집에서 요리를 하든 밖에서 사 먹든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빵과 면 같은 밀가루 음식, 치킨과 피자 같은 배달 음식, 각종 디저트와 과당 음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은 부족해지기 쉽다.

한두 해는 괜찮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계속되면 마치 나무의 나이테가 켜켜이 쌓이듯 몸에도 흔적이 쌓인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성인병에 노출된다. 40대가 넘으면 사람마다 건강의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진다. 오랜 시간 무엇을 먹었고 어떤 식습관을 가졌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완벽한 원시인>에는 ‘원재료를 알 수 있는 음식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온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는 자연에서 얻은 원재료를 먹으며 진화해 왔다. 그런데 불과 최근에 이르러 가공식품이 등장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몸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최대한 가공당을 줄이고, 원재료를 알 수 있는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구석기 다이어트와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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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못지않게 음식을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항상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음식이 천천히 소화되면서 우리 몸이 충분히 분해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숟가락을 들자마자 밥부터 한 숟갈 먹거나 가장 맛있는 것부터 먹으면 혈당 롤러코스터를 타기 쉽다. 단기간에 혈당이 치솟고, 더 큰 문제는 이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만 기억해도 좋다. 좋은 음식을 찾는 것보다 훨씬 쉬운 습관이다.

식사는 항상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끼니를 거르지 말고, 아침도 단백질 위주로 조금씩이라도 꼭 먹어야 한다. 아침 단백질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씹는 행위 자체가 잠들어 있던 몸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오전은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좋은 시간이므로, 충분한 수면 후 먹는 단백질 위주의 아침 식사는 정말 중요하다.

야식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저녁 식사 후 정말 배가 고프다면 위에 부담이 적은 견과류나 과일을 조금만 먹고, 특히 잠들기 전에는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밤늦게까지 깨어 있는 사람이 많고 배달 문화도 워낙 발달해 야식의 유혹은 크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습관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규칙적인 식습관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야식을 찾지 않게 된다.

술자리에서는 과음하지 말고, 담배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거칠고 자극적인 음식도 되도록 줄이고 필요하면 영양제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음식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 정서에도 영향을 준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면 마음도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긍정적인 태도로 인생을 활력 있게 살 수 있다. 음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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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키우면서 느낀 것이지만, 먹는 것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즐거움이자 강력한 유혹이다. 다른 일로 떼쓰고 울다가도 맛있는 음식만 보여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긋 웃으며 졸졸 따라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뽀로로 동영상, 공룡 장난감, 맛있는 음식의 우선순위를 여러 번 시험해 보았는데 언제나 음식이 1등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인간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 한없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아빠도 결혼 전 혼자 살 때는 요리를 하거나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다닌 적이 거의 없었다. 늘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만 찾았다. 하지만 공부하거나 일할 때 아무리 바빠도 끼니를 거르거나 야식을 먹지는 않았다. 자극적인 음식도 즐기지 않았고 술과 담배도 멀리했다. 커피는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혼자 살 때는 먹는 즐거움을 몰랐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차라리 영양소가 풍부한 알약 하나를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욕심이 많지 않았던 덕분에 지금까지 큰 병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체중도 비교적 잘 관리하며 살아왔다.

결혼 후에는 엄마를 만나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엄마는 먹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나 육아하는 가정에서 배달 음식이나 밀키트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엄마는 좋은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도 외할머니께서 그렇게 키워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 후 처가에 가 보니 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식문화는 점점 더 발달하고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음식은 건강한 삶의 기초다. 어릴 때부터 아무 음식이나 먹기보다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적당히 먹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그렇게 미각을 길들이면 평생 먹는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건강까지 지킬 수 있다.

어릴 때 할머니 말씀은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누가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끼니를 거르지 않았고 몸소 실천하며 사셨다. 평생 병원에 가는 일 없이 97세까지 건강하게 사셨고, 돌아가시기 두 달 전까지도 거동이 가능했다. 마지막까지 인지 능력도 또렷하셨다. 경험으로 증명한 말은 오래 남는다. 아빠는 네가 이 말만큼은 평생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먹는 걸 잘 먹어야 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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