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법률 서면을 오전에 쓰는 이유

앞에서 ‘하루는 작은 인생이다.’라는 격언을 말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되돌아본 하루가 만족스러우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매일 반복되면 인생 전체도 만족스러울 수 있다. 가끔씩은 삶 전체를 돌아보고 미래를 기획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인생시계 이야기를 했다. 성공적인 인생을 위해서는 젊은 시절을 잘 보내야 한다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다. 내 경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 젊을 때일수록 시간의 가치는 높다. 같은 시간을 보내도 20-30대의 하루는 60-70대의 하루와 다르다. 물리적인 시간은 같지만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젊을수록 더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고, 나이가 들수록 바꿀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아침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수면 후 맞이하는 아침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아침은 원하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의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의 큰 방향을 결정하듯, 아침의 10분, 20분이 모여 하루의 흐름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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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든 직장이든 어디에 속해 있든 저마다의 일정이 있겠지만,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매일 아침 그날의 투두리스트(To Do List)를 쓰는 것이 좋다. 당일 변수가 많다면 전날 밤 미리 적어두는 것도 괜찮다. 다이어리에 쓰든, 종이 수첩에 적든, 휴대폰 메모장이나 PC 바탕화면의 메모 스티커를 이용하든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투두리스트를 쓰면 하루 일정이 한눈에 들어오고, 일의 우선순위도 보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하고 집중이 필요한 일을 반드시 오전에 배치하는 것이다.
최신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 충분한 숙면을 취해 뇌가 회복된 오전 시간이 가장 효율이 높다.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날 할 일 중에서 집중이 필요하고 에너지 소모가 큰일은 무조건 오전에 배치하는 것이 뇌를 효율적으로 쓰는 비결이다. 일과를 시작해 점심을 먹기 전까지, 오전 3-4시간 동안 그날의 원씽(One Thing)을 끝내는 것이다. 그것만 해도 오늘 하루는 성공이다. 아빠는 본업인 법률 서면 작성 업무를 반드시 오전에 한다. 같은 일을 오후에 하면 시간은 두 배로 들고, 효율은 반으로 떨어진다.
점심을 먹고 나면 뇌는 용량을 소진하며 효율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후에는 가급적 에너지 소모가 적은 일들을 배치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급하지 않은 연락을 하거나, 머리를 많이 쓰지 않고 루틴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이 시간에 한다. 몸을 쓰는 일도 좋다. 오전이 집중해서 머리를 쓰기 좋은 시간이라면, 오후는 햇볕을 받으며 몸을 움직이기 좋은 시간이다.
만약 오후에도 집중이 필요한 일이 남아 있거나 그날까지 반드시 끝내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오후 4시를 기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신체 리듬상 오후 4시를 넘기면 약간의 에너지가 회복되고, 일과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긴장감도 생기면서 다시 집중력이 올라간다. 특히 이때 가볍게 산책하거나 운동하면 뇌의 혈류량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높아지고, 소진된 에너지도 어느 정도 회복된다.
열심히 일과를 보냈다면 저녁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일하거나 공부하다 보면 늦을 때도 많겠지만, 30분이든, 1시간이든 잠들기 전만큼은 꼭 가족들과 그날 있었던 일을 말하고, 듣고, 나누었으면 한다. 아무리 밖에서 열심히 보냈더라도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투두리스트를 만들 때도 이러한 신체 리듬을 고려해 일정을 짜고 강약을 조절하면 훨씬 만족스러운 시간 관리가 된다. 앞서 인생에서 템포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듯, 하루에도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시간 관리란 인생 전체를 설계하는 일인 동시에, 하루를 어떻게 채워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반대로 투두리스트 없이 생각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누군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면 순서가 꼬이고 중요한 일을 놓치기 쉽다. 일도 꼬이고 생각도 엉키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다. 바쁘게는 살았지만 실속 없는 날들이 반복된다. 갑자기 찾아온 기회도 잡지 못하고, 기회를 알아보는 안목마저 잃게 된다.
가족과 보내야 할 저녁 시간에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간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시간 관리를 못한 것을 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것도 습관이다. 하루하루 그렇게 살다 보면 오래된 관성이 된다. 관성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성격이 되며, 성격이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종국에는 사람 자체가 바뀌어 버린다.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아들아. 인생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는 언제든 바꿀 수 있다. 하루를 바꾸는 가장 좋은 시작은 아침을 바꾸는 것이다. 오늘 아침을 소중히 보낸 사람이 자신의 인생도 소중하게 만들어 간다는 점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럼 아빠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바로 이어서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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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아빠가 직접 실천하며 효과를 본 아침 루틴을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다. 뜨거운 물도, 찬물도 아닌 미지근한 물이다. 밤새 건조해진 목을 적시고 몸속 노폐물을 청소하며 신진대사를 깨워 몸을 빠르게 생활 모드로 전환시켜 준다. 물을 마신 뒤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맨손으로 해도 좋고 간단한 운동기구를 써도 괜찮다. 팔과 다리를 크게 이완시키고 목과 허리 같은 관절도 풀어 준다. 햇빛을 받으면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스트레칭을 하면 몸은 더욱 깨어난다. 매일 아침 가벼운 스트레칭만으로도 심혈관 질환의 80%를 예방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여기까지 마치면 씻고 옷을 입은 뒤 아침 식사를 한다.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것조차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날 미리 꺼내 두거나 생각해 두는 편이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이 이런 고민을 없애기 위해 매일 비슷한 옷을 입는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을 것이다. 물론 패션과 외모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옷장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아침 식사는 가볍게라도 반드시 한다. 가능하면 두부, 콩, 계란, 고기처럼 단백질 위주가 좋다. 견과류도 괜찮고, 챙겨 먹기 어렵다면 단백질 쉐이크라도 마시는 게 좋다. 아침부터 빵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은 좋지 않고, 공복에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커피를 마신다면 당이 없는 아메리카노가 적당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단백질 위주로 아침을 먹으면 뇌도 깨어나고, 감정 기복 없이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출근할 때는 가방에 책 한 권을 꼭 넣고 다닌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시간에도 햇빛을 받으며 가볍게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걷는 게 좋다.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경험상 아침에는 무거운 근력 운동보다 햇볕을 쬐며 걷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시간이 된다면 지하철까지 가는 동선을 조금 길게 잡아 산책길을 만들거나,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다. 정류장에 서 있으면 99% 사람들은 밤새 들어온 전화나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뉴스를 검색하느라 휴대폰을 본다. 하지만 충분한 수면으로 뇌가 리셋된 직후는 하루 중 집중력이 가장 좋은, 이른바 프라임 타임이다. 이 황금 시간을 도파민 덕질로 날리면 안 된다. 또한 습관은 공간과 매칭된다고 했다.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는다.’라는 습관을 만들어 두면 3개월 정도만 지나도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아침 이동 시간에만 책을 읽어도 1년이 지나면 엄청난 독서량이 된다.
여기까지 했으면 직장에 도착했을 것이다. 이제 오전 일과를 시작한다. 정해진 일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지만, 점심 전까지의 오전 시간은 집중력과 뇌의 효율 면에서 여전히 프라임 타임이다. 다만 효율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떨어진다. 그래서 출근이나 통학 시간이 너무 길면 좋지 않다. 아무리 지하철에서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고 해도 책상에 앉아 깊이 집중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시간은 돈이고, 오전 시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다. 직주근접, 학주근접 아파트 가격이 높은 이유도 같은 원리다.
집중력이 가장 많이 남은 오전에 그날의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을 처리한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업무부터 끝내는 것이다. 아빠는 기록을 분석하고 논리를 연구하며 법률 서면 쓰는 일을 이 시간에 한다.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급하지 않은 전화와 카톡을 하며 오전을 보내서는 안 된다. 그런 반복적인 업무는 효율이 떨어지는 오후에 배치하는 게 좋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기 전까지의 오전 시간을 말했다. 이렇게 오전을 보내면 점심시간을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날의 가장 중요한 원씽(One Thing)은 이미 끝냈기 때문이다. 점심 이후에는 한결 여유가 생긴다. 에너지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반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사람들과 편하게 연락할 수 있고, 급한 일이 생겨도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야근을 하지 않고 가족들과 저녁 있는 삶을 즐길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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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아침 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밤늦게까지 휴대폰을 보다가 뒤척이며 잠든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다. 눈을 뜨자마자 SNS 알림을 확인한다. 그러다 쇼츠를 몇 개 더 본다. 햇빛을 받으면 휴대폰 화면이 보이지 않으니 어두운 커튼을 친 채 방 안에 머문다. 이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무거운 몸과 피곤한 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도 대충 때운다. 빵과 가공식품으로 혈당을 급하게 올리고, 휴대폰을 보며 길을 걷는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도파민이 터지지만, 뇌에 쓰레기가 쌓여가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프라임 타임을 흘려보내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느끼지도 못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혈당이 떨어져 달콤한 커피나 가공음료를 찾는다. 이메일부터 확인하고 네이버 뉴스도 몇 개 훑어본다. 출근길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한참의 예열이 필요하다. 집중이 필요하거나 어렵고 복잡한 일은 뒤로 미루고, 쉽고 간단한 일부터 처리한다. 프라임 타임이 지나고 뇌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가장 중요한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손도 못 댄 채 오전이 지나간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된다. 요즘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빨라져 11시만 넘어도 식당으로 향한다. 중요한 업무는 시작도 못 했다. 점심 이후부터 부랴부랴 시작하지만, 이미 뇌의 효율은 떨어져 있다. 황금 시간은 지나갔다. 같은 일을 하는 데 오전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효율은 반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연락이 와도 편하게 응대하지 못한다. 회의나 급한일이 잡히면 일정은 금세 꼬인다. 눈과 몸은 더 피곤해진 채 저녁이 다가온다. 막판 스퍼트를 하지만 결국 야근을 하거나 내일로 미룬다. 하지만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정반대의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주변을 보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진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하루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차이는 매일 복리로 쌓인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건강은 물론이고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여유롭게 삶을 즐길 수 있다. 사회적 성취와 개인적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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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 하루, 해야 할 일을 꼭 마무리하고 시간에 쫓기기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여유로운 저녁도 맞이할 수 있다. 밤에 잠들기 전,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오늘도 멋진 하루였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20-30대의 젊은 시절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을 이루고, 너무 늦었다는 후회도 남지 않는다. 젊은 시절 쌓아 둔 좋은 습관은 복리로 불어나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준다. 삶에 여유가 생기고,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풍요로운 노년을 맞이하고 삶을 긍정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때가 되어 인생을 마무리할 시간이 왔을 때, “멋진 인생이었어.”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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