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간의 군살을 빼면 삶의 탄탄한 근육이 드러난다.

지금까지는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 그리고 템포 조절에 관해 이야기했다.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얼마나 하지 않는가이다. 삶에 도움도 안 되고 재미도 의미도 없는, 잉여 시간을 어떻게 없애느냐의 문제다. 앞에서 불필요한 것을 소거하면 중요한 것이 드러난다고 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잡아먹는 도둑 같은 습관을 없애야 한다.

오랜 습관으로 굳어진 무의미한 활동은 스스로도 잘 자각하지 못한다. 설령 알고 있더라도 그럴듯한 변명을 붙여 계속 유지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뇌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몇 차례 의식적으로 고쳐 보려고 하지만, 어느새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잉여 시간을 줄이면 없던 시간이 생긴다. 군살을 걷어내면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한다. 인생에서 시간보다 소중한 자원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 메모장에 적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까지 가장 보통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기록해 보자. 1시간 단위가 아니라 15분, 30분 단위로 적어 보면 의외로 많은 토막 시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하루를 함께 보내며 서로를 관찰하고 기록해 주는 것도 좋다. 나에게는 무의식적인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는 의식적인 활동으로 평가된다. 원래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평가할 때 더 객관적이다. 남의 눈을 빌리는 것이 가장 솔직한 시간 도둑 검거법이다.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컴퓨터를 켜고 습관처럼 네이버 뉴스를 검색하는 시간, 우연히 뜬 쇼츠를 보는 시간, 연락도 없는데 카카오톡을 확인하는 시간, 광고 메일을 읽고 지우는 시간,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본인 인증하고 재설정하는 시간, 물건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 잠들기 전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과 같이, 15분에서 1시간 사이의 공백은 매우 많다. 대부분의 사람은 1시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생활한다. 학교나 회사처럼 사회에서 규범화 된 시간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15분, 30분과 같은 짧은 공백 시간을 잉여 시간으로 흘려보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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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을 잘 관리하려면 이런 토막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던 일을 비어있는 시간에 하나씩 넣어 본다. 꼭 해야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은 모조리 토막 시간에 넣고 해치운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장에 적어두면 좋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일이라도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 큰 과제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면 된다. 하나의 일을 4등분으로 나누어 비어있는 15분씩 토막 시간에 하면 된다. 아무리 큰일도 잘게 쪼개는 순간, 사소한 일이 된다.

책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독서는 최소 한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고 말한다. 토막 시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10~20분 비어있는 시간에도 책은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토막 시간마다 몇 페이지만 읽어도 일주일이 지나면 꽤 많은 분량을 읽게 된다. 내용이 이어지지 않아 의미가 없다는 말은 대부분 변명이다. 짧게 나누어 읽어도 책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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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과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일 앞에서 막막함부터 느낀다. 몇 달, 몇 년이 걸릴 공부나 프로젝트를 떠올리면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이 난다. ‘언젠가 완벽하게 준비되면 시작하자’라며 미루는 것이다. 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일단 미뤄놓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거대한 과제로 보기 때문에 생긴다. 누구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장기 과제는 작은 과제로 나누면 된다. 1/2, 1/4, 1/8, 1/N로 잘게 쪼개면 새로운 과제들이 생긴다. 그것들을 토막 시간마다 하나씩 처리하면 된다. 막막하게만 보였던 목표가 ‘이 정도는 금방 할 수 있겠는데?’라는 도전 가능한 과제로 바뀐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성취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면, 지연된 보상을 도파민으로 이겨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쓰겠다고 하면 대부분은 ‘내가 어떻게 책을 쓰지?’라며 겁부터 낸다. 하지만 매일 쓰는 일기와 블로그 글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된다. 평범한 하루하루를 장기 프로젝트와 연결해서 보지 않았을 뿐이다. 책에 담을 콘텐츠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히 붙는 삶의 근육과 같은 것이다. 자기 삶을 돌아보지 않았을 뿐, 누구에게나 콘텐츠는 있다.

결국 일이든 공부든 취미든, 시간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대부분 변명에 가깝다. 시간은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이다. 잉여 시간을 줄이고 토막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익히면 같은 하루라도 시간은 엄청나게 늘어난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삶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큰 만족을 느끼며, 몰입이 주는 행복감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생기고,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도 생긴다. 하루를 마치며 ‘오늘도 열심히 살았고 뿌듯하다.’라고 말하는 날이 많아진다. 그런 하루가 쌓이면 인생 전체가 만족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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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이미 그런 경험을 해 봤다. 해외여행을 떠난 첫날이나 군대에서 100일 휴가를 나왔을 때를 떠올려 보자. 누구나 10분도 아껴 쓰며 살아간다. 무의미한 시간을 줄이고, 미리 계획을 세우며, 꼭 하고 싶은 일부터 먼저 한다. 하루가 소중하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하루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10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작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습관이 쌓이면, 어느새 그 시간들이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아들아. 인생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무심코 흘려보낸 10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그 시간이 하나둘 쌓이면, 너의 삶은 어느새 군살은 사라지고 탄탄한 근육만 남은 사람처럼 건강하고 힘 있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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